미국이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던 20세기 전반기와 중반기에 걸쳐 미국의 성장과 궤를 같이했던 디자이너가 바로 레이먼드 로위이다. 하얀색 바탕에 검정색 글씨의 럭키 스트라이크 담배와 유선형의 코카콜라 디스펜서 등 그가 디자인한 많은 제품들은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리이먼드 로위는 원래 파리에서 태어났다. 엔지니어링 공부를 마치고 1차 대전에 육군 대위로 참전했다가 1919년 거의 무일푼으로 뉴욕으로 이민한다. 그런데 이민선에서 그가 그린 그림이 마침 같은 배에 타고 있던 뉴욕의 영국 영사 헨리 암스트롱 경을 감동시키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로위는 미국으로 이민한 후 '보그'와 '하퍼스 바자'의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1927년 개인 스튜디오이자 산업디자인 사무소인 '로위 디자인'을 개설하게 되는데, 이 일은 나중에 '라이프'지가 선정한 미국을 형성한 100대 사건 중 87위에 오른다.
 
스튜디오를 개설하고 나서는 미국의 우수한 대기업들과 일을 하면서 급격히 성장하게 되는데, 1940년대에서 50년대 미국인들은 매일매일 그의 디자인 속에서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2차 대전 중에 그가 디자인한 제품들은 연간 9억 달러에 상당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그의 디자인은 유려한 곡선에 장식적인 부분이 많아서 화려한 스타일리스트라는 비난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화려한 디자인은 미국의 고도 성장기를 상징하고 미국 사회의 윤택함을 표현하는 데에 적합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는 다른 디자이너처럼 이 세상에 없는 물건을 디자인하기보다는 원래 있던 물건의 외형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데에 능한 디자이너였고, 유선형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형태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럼에도 그는 무조건 감성에만 기반하여 디자인하지 않았고, 최초로 시장분석에 기초한 디자인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의 고도 성장기에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하면서 부와 명성을 누렸던 최고의 스타 디자이너였고, 아직까지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